국가기관 통계로 직접 검증한 6개의 고리입니다. 공급 부족에서 시작해 전세·매매·공급을 돌아 다시 제자리로 — 각 고리가 데이터로 얼마나 단단한지 신뢰 게이지로 표시했습니다.
공급이 부족하면 전세가 오르고, 전세가 매매를 밀어올린다. 오른 매매가 새 공급을 부르고, 그 공급이 다시 전세를 눌러 사이클을 돌린다. 그리고 금리가 이 순환 전체를 흔든다. 15개 시도 데이터로 한 고리씩 추적했다.
화살표를 따라 한 바퀴. 각 고리 옆 숫자는 다음 단계까지 걸리는 시간과 연결 강도(r)입니다.
한 바퀴 도는 데 대략 5~6년. 단, 이 사이클은 지역마다 강도와 속도가 다릅니다.
사이클의 출발점은 공급 부족이다. 그리고 그 부족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은 매매가 아니라 전세다.
공급이 부족하면 실수요가 전세로 몰려 전세가가 오른다. 반대로 입주가 쏟아지면 전세가 눌린다. 수도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 보면 이 관계가 또렷하다 — 공급이 많았던 분기의 전세 상승률은 공급이 적었던 분기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전세가는 매매가의 바닥을 받친다. 전세가 오르면, 매매가도 따라 오른다.
전세 변화와 매매 변화의 동조성은 분석한 15개 시도 전부에서 양(+)으로 확인됐다. 전세가 매매를 떠받치는 힘은 어디서나 작동한다. 다만 그 강도는 지역마다 다르다 — 지방 대도시(대구·부산 0.8)는 거의 한 몸으로 움직이고, 서울은 0.58로 가장 느슨하다.
집값이 오르면 건설사가 움직인다. 단, 즉시가 아니라 약 1년의 시차를 두고서, 그리고 지을 땅이 있는 곳에서만이다.
건설사는 매매가가 오른다고 바로 삽을 뜨지 않는다. 반년에서 1년쯤 시장을 지켜보다 사업성이 확실해지면 부지를 사고 인허가를 신청한다. 그런데 이 반응은 땅이 있어야 가능하다. 택지가 넉넉한 지방은 가격 신호에 공급이 또렷하게 반응하지만, 택지가 바닥난 수도권은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인허가가 따라오지 못한다.
인허가가 나면 곧 착공으로, 착공은 수 년 뒤 준공(입주)으로 이어진다. 이 구간은 사이클에서 가장 단단하지만,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졌다.
인허가와 착공은 거의 동시에 움직인다(r 0.74). 착공에서 준공까지는 과거 약 27개월(2년 남짓)이었지만, 최근에는 약 37개월(3년~3년 반)로 늘었다. 공사비 급등·인력난·안전기준 강화 등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 같은 양을 착공해도 입주가 더 늦게 도착한다는 뜻이다.
마침내 입주가 시작되면, 늘어난 물량이 전세가를 누른다. 사이클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준공(입주) 물량이 늘면 약 1분기 뒤 전세가가 내린다(음의 상관). 핵심은 이 효과가 전국 단위에선 보이지 않고, 지역으로 내려가야 드러난다는 점이다. 입주장은 본래 그 동네의 현상이라, 전국을 뭉뚱그리면 지역마다 다른 입주 시점이 서로 상쇄돼 사라진다.
같은 사이클이라도 지역마다 강도가 다르다. 6개 고리 중 몇 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수로 매겨봤다.
수도권·경기·인천·강원·경남은 사이클이 뚜렷하게 돈다(고리 대부분 작동). 반면 세종·충북은 거의 돌지 않는다 — 세종은 행정도시 공급폭탄이 사이클을 교란한 탓이다. 특히 서울은 '매매→공급' 고리가 끊겨, 사이클이 완결되지 못하고 상승 압력만 쌓이는 구조다.
금리는 사슬의 고리가 아니다. 사슬 바깥에서 순환 전체를 흔드는 힘이다.
저금리는 조달 비용을 전세가율·임대수익률 아래로 끌어내려, 대기하던 잠재 수요를 매수로 전환시킨다. 없던 수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있던 수요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그렇게 오른 가격이 추가 상승 기대를 낳는 재귀적 상승으로 번진다.
전세가율(전세÷매매)은 그 시장에 투자 수요가 얼마나 끼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세가율이 낮으면(수도권) 매매가가 전세보다 훨씬 높다는 뜻 — 사람들이 거주 가치보다 미래 상승 기대에 더 많이 지불하는, 투자성이 강한 시장이다. 전세가율이 높으면(지방) 가격이 거주 가치에 수렴한, 실거주성이 강한 시장이다. 광역시는 그 중간이다.
사이클의 길이가 지역마다 다른 건, 결국 공급이 얼마나 빨리 나오느냐의 차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투자의 호흡을 가른다.
지방은 택지가 많아 공급이 금방 나오고, 시장이 작아 적은 물량도 전세·매매에 곧장 반영된다. 그래서 사이클이 짧고 또렷하다. 수도권은 택지가 없어 공급이 굼뜨고, 투자 수요가 두꺼워 기대·금리가 펀더멘털을 자주 압도한다. 그래서 사이클이 길다.
지금까지의 사슬이 약 5~6년을 도는 중기 순환이라면, 그 위에 훨씬 느린 40년짜리 파동이 하나 더 겹친다. 주택의 수명, 곧 멸실이다.
아파트는 보통 준공 40년 안팎에 재건축 연한에 들어가고, 50년을 넘기긴 어렵다. 그렇다면 언제 많이 지었는지를 보면, 언제 많이 헐어야 하는지가 보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아파트 공급이 폭증했고 1995년 연 43만 호로 정점을 찍었다 — 이 물량이 40년 뒤인 2028년부터 차례로 멸실 연한에 도달한다.
문제는 헐어야 할 양과 헐 수 있는 양의 격차다. 2028~2045년에 40년 연한에 도달하는 아파트는 누적 약 566만 호, 연평균 33만 호다. 그런데 최근 실제 아파트 멸실은 연 2만 호 수준 — 도달 속도의 16분의 1에 불과하다. 격차만큼 노후 재고가 쌓인다. 실제로 30년 이상 아파트는 2015년 50만 호에서 2024년 252만 호로 5배 늘었다.